
안녕하세요. 저는 소금 싣고 다니는 25톤 트레일러 기사임. ㅋㅋ
트레일러인데 뒤 꼬리가 덤프로 들리는 차예요. 소금 부을 때 뒤가 위로 쭉 올라가는 거. 부두에서 소금 받아서 공장에 갖다주는 일을 하루에 열 번 넘게 함.
오늘은 제 하루를 그냥 시간대로 쭉 풀어볼게요. 화물차 기사 하루가 어떤지 궁금한 사람들 있을 거 같아서. (없으면 말고 유유)
새벽 5시, 알람과의 사투
5시 기상. (사실 알람 다섯 번 끔)
5시 20분에 집에서 나옴. 화물차 주차장까지 가는 데 한 20분 걸려서 5시 40분쯤 도착. 차 점검 슥 하고 5시 55분에 상차장으로 출발함.
여기서 잠깐. 왜 새벽부터 이 난리냐면요. 부두 상차장은 순번제라서 늦으면 뒤로 밀림. 한 번 밀리면 그날 회전 수가 통째로 줄어요. 화물은 회전 수 = 돈이라서 (이건 뒤에 설명함) 새벽잠이고 뭐고 없음. ㅠ
6시 20분, 소금 상차 시작
6시 15분 상차장 도착. 6시 20분부터 순번대로 소금 싣기 시작.
제가 싣는 건 공업용 소금이에요. 우리가 먹는 그 소금 아니고, 공장에서 뭔가 만드는 데 쓰는 거. 한 번 실으면 25~27톤 정도 들어감.
근데 이 소금이 진짜 골칫덩이임. 차를 사정없이 부식시켜요. 소금이잖아. 쇠를 녹이는 놈. 그래서 소금차 기사들은 차 관리에 돈이랑 시간을 엄청 쏟음. (안 닦으면 차가 삭아버림 진짜로)
상차하고 공장으로, 그리고 후진 지옥
소금 다 실으면 공장으로 출발. 가서 부어주고 다시 부두로. 이걸 계속 반복함.
근데 여기 숨은 난이도가 있어요. 덤프 트레일러 후진.
트레일러는 원래 후진이 어렵습니다. 핸들을 반대로 꺾어야 차가 원하는 데로 가요. 일반 차 운전하던 사람은 100% 멘붕 옴. 근데 제 차는 거기다 한 술 더 떠요. 뒤 화물칸이 짧거든요. 컨테이너 트레일러보다 꼬리가 짧으니까 꺾이는 각도가 더 크고 더 빨라요. 살짝만 틀어도 휙 꺾임. 초보 때 이거 때문에 식은땀 많이 흘림. (솔직히 수치스러웠음 ㅋㅋ)
11시 20분, 꿀 같은 점심... 인 줄
11시 20분부터 12시 20분까지 점심시간. 1시간.
근데 이게 운빨임. 순번이 점심 직전에 걸려서 그때 상차하게 되면? 짐 부리고 오면 점심이 30분으로 줄어요. 밥을 흡입해야 됨. ㅠㅠ (드물긴 한데 걸리면 진짜 서러움)
퇴근, 근데 몇 시일지는 아무도 모름
회전 수에 따라 다른데, 빠르면 14시 30분, 늦으면 17시 넘어서 퇴근.
마지막 회차가 또 고비예요. 다들 같은 생각이라 하차장에 차들이 줄을 서요. 소금 부리는 거(물새차라고 함) 기다리느라 차 한 대당 20분씩 까먹음. 다 와서 줄 서 있는 그 시간이 제일 길게 느껴짐. 빨리 집 가고 싶은데. ㅋㅋ
그래서 돈은 얼마 버냐고요?
이게 제일 궁금하죠. ㅋㅋ
대략 톤당 2,800원 정도. 한 번에 25~27톤 실으니까 한 회전에 7만 원 좀 넘게 나옴. 하루 평균 10회전이라 치고 계산해보면... 답은 직접 해보세요. (다 적으면 좀 그러니까 유유)
대신 이건 알아두셈. 화물은 일한 만큼만 벌어요. 일 없으면 그날은 무급임. 회전 못 돌면 그만큼 그냥 빠짐. 주 6일 나가는 이유가 이거예요. 쉬면 바로 수입에 티 남. (근데 이거 매출만 쓴 거임... 나가는 거 계산하면, 아이고,,, 앞으로 풀어야 할 얘기들이 많으니 찬찬히 봐보시게요 ♡)
단거리인데 왜 이렇게 힘드냐면
"부두에서 공장까지 가까운데 뭐가 힘들어?" 하는데요.
거리는 짧아도 하루 10시간 넘게 운행함. 짧은 구간을 계속 왕복하는 거라 핸들 잡는 시간 자체가 길어요. 집에 오면 진짜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음. 씻고 바로 뻗음.
게다가 큰 차라 늘 긴장 상태예요. 도로 좁아지는 데, 사각지대에서 훅 들어오는 승용차들, 현장에서 안전의식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고 나면 큰 차는 답도 없으니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됨.
마무리
뭐 대단한 일은 아닌데, 그래도 누군가는 이 소금 날라줘야 공장이 돌아가잖아요. ㅎ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거 아직도 적응 안 됨. 근데 어쩌겠어 이게 밥벌이인데. 화물 시작하려는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 됐으면 좋겠음.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 주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