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1일까지 중소벤처기업부에 접수된 중동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건수가 146건에 달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 속 숫자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산업단지에서 화물차를 운행하는 사람인데, 그 여파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제 일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수출 현장에서 터진 물류 차질과 운임 상승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가장 먼저 흔들린 건 해상·항공 운송 일정이었습니다. 방폭케이블 글랜드(폭발 위험 환경에서 전선이 빠지거나 불꽃이 튀는 걸 막는 산업용 부품)를 납품하던 한 중소기업은 항공 출항 직전에 바이어가 주문을 취소해 선적 자체가 무산됐습니다. 오만으로 가스켓을 수출하던 업체는 항공 스케줄이 계속 밀리면서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요.
해상 운송 쪽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컨테이너 체선료(선박이 항구에 정박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가 건당 3,000~4,000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고, 전쟁 위험 보험료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오만이나 아랍에미리트(UAE) 경유 대체 항로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항로를 바꾼다는 건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더 든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선적된 화물도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현지 통관 단계에서 발이 묶이면 대금 결제 시점도 함께 밀립니다. 여기서 통관 지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수출 대금 회수가 선적 서류와 연동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화물이 묶이면 돈도 묶이는 구조입니다.
중동 전쟁이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원유의 71%, 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출처: 중소기업중앙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수록 나프타(석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원료로, 플라스틱·섬유·화학 제품의 기초 재료가 됩니다) 가격이 오르고, 그 부담은 중소 제조업체 원가에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운임, 유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납품 단가를 즉시 올리기 어려운 중소기업 구조상,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중동 관련 피해·애로를 유형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운송 차질: 항공 스케줄 지연, 해상 컨테이너 정박 장기화, 체선료 발생
- 대금 회수 지연: 통관 지체로 선적 서류 처리 지연, 결제 시점 후퇴
- 물류비 증가: 해상 운임 상승, 전쟁 위험 보험료(전쟁으로 인한 화물 손실에 대비한 특약 보험료) 급등
- 계약 보류 및 취소: 바이어 연락 두절, 연간 공급 계약 협상 중단
- 출장·전시회 차질: 현지 바이어 미팅 취소, 신규 영업 활동 사실상 중단

제 수입이 흔들리기 시작한 날
저는 산업단지 내에서 편도 14km, 왕복 28km를 하루 평균 10회 왕복하는 루틴으로 일해 왔습니다. 장거리 운행은 아니지만, 그 횟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수익이 나오는 구조였습니다. 지입차(차량 소유권은 기사에게 있고, 운수 회사에 소속되어 운행하는 방식)를 운영하는 특성상 차량 할부금, 보험료, 유지비는 운행 횟수와 관계없이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입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적지 않은 대출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결혼과 주택 마련이 겹치면서 경제적으로 빠듯한 출발이었지만, 본사에서 최소 2년은 공장 셧다운 없이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고 했기에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중동 정세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운행 횟수가 줄었습니다. 공장에서 출하하는 물량이 줄어들면 운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라,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핸들을 잡고 있어도 달릴 일이 없어지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제가 쌓아올린 계획이 제 노력과는 상관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구조에서 가장 무서운 건 수입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고정비가 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입니다. 중소기업 피해 사례 가운데 계약이 취소되거나 바이어 연락이 두절된 경우, 불가항력(Force Majeure, 전쟁·천재지변 등 당사자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계약 이행 면책 사유가 됩니다) 조항을 내세워 손실 보전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개별 기업이나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변수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바이어 연락 두절이나 갑작스러운 계약 취소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불가항력적 피해에 해당한다"며 현장 애로 수렴과 실질적 지원 확대를 촉구했습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이 나오는 건 맞지만, 그 정책이 현장에서 체감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의 공백은 결국 개인이 버텨야 합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은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중동 수출 관련 애로 146건 중 50건이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내용이었다는 건, 이미 터진 피해보다 앞으로 올 충격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불안은 근거 없는 과민반응이 아닙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하나의 수입 구조에만 기대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을 드리기 어렵지만, 전쟁 같은 외부 변수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전제로 수입 구조를 점검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경영 조언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참고: https://www.kbiz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683